서울대학교 종교학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인간은 ‘종교적 동물’입니다. 기원전 4만년 경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는 만물의 영장이 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특별한 행위를 통해, 네안데르탈인들을 도태시키고 인류문명을 구축하였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사후세계’를 상상하여 지하 동굴로 내려가 음악, 무용, 그리고 그림을 곁들인 의례를 드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은 인생의 존재의미를 스스로 물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이상적인지 고민하였습니다. 인간은 그 존재의미를 찾는 시도를 ‘종교’라고 불렀습니다. 종교는 예전에도 그랬듯이, 오늘날에도 우리 삶에 대한 가장 근본적이며 심오한 질문을 던져, 삶에 대한 충격적인 시선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그런 질문들을 강렬하고 엄격하며 동시에 지적으로 선명하게 갈고 닦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가르치고 연구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신앙, 진리, 그리고 윤리적으로 난해한 문제에 대한 솔직한 질문들을 대담하게 던집니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와 학생들은 종교에 대한 학문적인 탐구뿐만 아니라, 인류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담보하는 종교의 문법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지적인 지형에서 “종교학과”가 서울대학교에 별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기적입니다. 인간은 기존 질서, 즉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교리나 이데올로기에 자신을 쉽게 편입시킵니다. 특정종교를 옹호하고 전파하기 위한 종교연구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래전에 만들어진 종교교리를 옹호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진리라고 여기지도 않습니다. 그 대신, 그런 내용들이 21세기에 사는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습니다. 우리는 종교 사상들을 다양한 학문적인 방법론을 원용하여 그 존재론적이며 윤리적인 주장들을 학문적으로 검토하여, 새로운 종교의 모습을 탐색하고 제안합니다.
우리는 생각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날 세계분쟁의 핵심에는 종교에 대한 맹신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한국 종교계도 급변하는 세계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교는 경전, 의례, 그리고 종교인들의 윤리적인 행위들을 통해, 인류문명의 형성과 진보를 위한 위대한 대화입니다. 종교가 탐구하는 사상들과 개념들은 인간사회를 정의하는 역사적, 미적, 그리고 도덕적인 감수성을 고양시킵니다. 저는 종교학과가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종교경전들, 전통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이론적인 주장들을 가르칠 의무가 있다고 믿습니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는 창의적이며 정직하고 미래지향적인 학문인 종교를 연구하는 장소입니다.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지적인 대화를 이어가길 희망합니다.